신대원 2년차였던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아내와 어린 두 딸의 손을 잡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둥근 구름 떠있는 파란 하늘이 그날따라 더 깨끗해 보였다. 기분 좋은 산책길을 걷고 있던 중 아내가 조심스럽게 무거운 호흡을 내쉬며 셋째 임신소식을 나에게 알렸다. 기분 좋았던 산책길에 불청객 같이 찾아온 새 생명의 소식은 기쁨보다는 걱정으로 다가왔다. 당황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아내에게 고마움과 위로를 전하며 걷고 있던 산책길에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아무런 대화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중국에서 온 신혼부부 성도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때 수화기 넘어 기쁨과 환호의 목소리로 자신들의 첫아이 임신 소식을 나에게 전했다. 순간 나또한 너무 기뻐 옆에 있는 아내와 함께 환호를 했다. 너무 기뻐하는 중국인 부부의 목소리가 행복하게 들려오며 우리가정에 찾아온 셋째아이 임신 소식 또한 차츰 근심에서 기쁨으로 변해갔다. 중국인 부부와 우리 부부의 출산날짜가 공교롭게도 거의 비슷하였다. 한국에 친척이나 가까운 지인 한명 없이 오직 중국인 부부가 출산이후 산후조리를 해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아이를 어떻게 돌보는지 신생아의 목욕이나 모유수유 등 준비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출산일은 점점 다가와 산부인과 수술실 앞에서 이후 산후조리에 대해 물어 보았다.
“출산 후에 어떻게 할거야?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낳은 엄마의 몸조리도 중요해.”
중국인 남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그냥 집에서 제가 해볼께요. 걱정마세요.”
더 이상 아내의 질문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만삭이었던 아내는 군더더기 없는 말투로 중국인 부부에게 말했다.
“알겠어. 그런데 내가 생각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산후조리를 한다면 너희들이 너무 힘들 것 같아. 퇴원하고 우리 집으로 가자. 내가 가르쳐줄게. 우리는 가족이잖아.”
만삭인 아내의 모습은 꼭 친정엄마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한 중국인 부부가 3일 뒤에 퇴원을 하였고 우리 집으로 함께 차를 타고 왔다. 만삭인 아내는 따뜻한 물을 받아 아이를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머리에 손을 얻어 축복 기도해주었다. 아이엄마에게는 미역국으로 저녁을 먹이고 첫 날 밤을 보냈다. 그날 새벽 아내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여보, 나 아무레도 아이가 나올 것 같아. 지금 배가 너무 아파.”
전날 만삭의 몸으로 신생아를 목욕시키고 산모를 도운 것이 무리를 하였는지 진통이 새벽에 심하게 왔다. 급하게 짐을 챙기고 새벽5시경 산부인과로 차를 몰았다. 아내를 부축하여 병원으로 들어가니 간호사들이 급하게 의사선생님을 호출하고는 수술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이 뛰어 오셨고 수술실에서는 급박한 상황들로 가득했고 난 그 밖에서 초조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수술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따라들어 갔던 수술실에는 방금 출산한 셋째 딸이 엄마 품에 안겨있었고 의사선생님은 축하한다며 가위를 내밀고 탯줄을 자르도록 해 주셨다. 긴박한 상황가운데 태어난 건강한 셋째 딸과 함께 3일 뒤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우리 집은 어느덧 한 지붕 아래 두 가정 즉, 8명이 거하게 되었다.
글쓴이 : 권주은(구미국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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