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작은 식당에 들어섰다. 그때 여러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분들이 모여 계셨는데 근처 아파트에서 조경공사를 하는 분들이신 것 같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 테이블은 조용히 식사를 끝내고 계산 후 밖으로 나왔다.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숨을 돌리고 있던 그때 조경업체에서 같이 온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걸어 나오는데 서로 나누는 대화를 들어 보니 중국인들 이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중국어로 인사를 하며 말을 걸었고 한참을 대화하며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다음에 시간이 되면 한번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때 연락처를 주고받았던 중국인자매에게서 전화가 와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로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자초지종은 자신이 불법체류신분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단속이 되어 곧 추방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회사로부터 받아야 하는 임금을 받아 줄 사람이 없어 전화로 부탁을 한다고 미안해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부탁하는 부분들을 다 받아 적었다. 자신의 부탁을 급하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던 그 자매는 조금씩 떨리고 작아진 소리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우리에게 한 마지막 고백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목사님은 제가 한국에 4년이 넘게 있으며 처음으로 먼저 인사해주고 말 걸어준 한국인이에요. 그리고 제 핸드폰에 단 한 명뿐인 한국인 친구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기간이 4년이 넘는데 자신의 한국 생활 중 한국인과 친구가 될 수 없었다고 하는 현실이 미안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한국인 친구라고 하는 말은 사실 처음들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미안하고 마음이 먹먹한 것은 왜일까? 한국에 생활하는 외국인이 한국인 친구가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외국인 친구들마다 성격이나 환경으로 인해 각자가 다른 사정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땅에 거주하면서 한국인 친구나 지인을 사귀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동안 자신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 주고 인사를 해준 것이 고마웠다는 그 말은 우리가 낯선 땅, 한국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먼저 말 걸어 주고 인사를 한번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이고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나가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가볍게 웃으며 인사 한 번 하는 것이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쉽게 누구나 한번은 도전 해 볼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인사 한번이 큰 힘이 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시작이 된다면 다 같이 한번은 해 볼 수 있는 나눔일 것이고 이주민들에게는 한국에서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외국인출입국관리소의 유리벽 뒤에서 웅크리고 앉아 중국친구는 현재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걱정을 하였다고 한다. 하염없이 울었다고 들었다. 나는 때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친구나 형제들에게 전화 또는 만나서 함께 밤새도록 괴로워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함께 고민을 하기도 한다.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하지만 그저 함께 마음을 나눈 후 나중에 헤어질 때 하는 말이 “고맙다. 함께 있어줘서”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함께 걱정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힘이 될 것이다. 반대로 친구나 형제의 거지같은 인생의 상황을 보고도 같은 편이 되어 주기도 한다. 그것이 친구이고 이웃이다. 우리는 어쩌면 이주민을 알고 싶지 않거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지 모른다. 우리에게 필요한 친구만 선택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에는 천 가지 만 가지 이유를 얼마든지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 진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친구가 되는 어떠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를 알고 난 후 그 사람이 마음에 쓰인다면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작은 것 하나 옆에서 걱정해 주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웃이고 친구이다.
지나가는 이주민에게 가볍게 먼저 인사 한 번 건네는 일들이 일어나길 바란다. 먼저 말 걸어 주는 그 행동으로 위로 받고 기분이 좋아지는 한 사람이 있다면 우리의 작은 행동이 만들어낸 의미는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인사 한번이 무슨 소용인지 모른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그 인사 한번으로 인해 변화가 생긴다면 함께 동참하기를 바란다.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한 번의 인사로 찾아오는 기적의 시작에 서있게 될 것이다.
글쓴이 : 권주은(구미국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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