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부활절예배 후 교회 성도들과 계란을 준비하여 정성껏 포장을 했다. 개인적으로 구운계란을 좋아하는 편이라 인터넷에서 왕창 구매한 후 예배 전부터 시작한 포장 작업이 끝나지 않아 예배 후에도 계속 이어갔다. 구운계란에 요구르트와 사탕까지 예쁘게 비닐포장을 하고 스티커도 붙이고 큰 가방에 잔뜩 넣어 몇몇 성도들과 함께 밖으로 향했다. 날씨가 상쾌해서 불어오는 바람과 잘 어울리는 날이었다. 교회 앞뒤 골목을 걸어 다니며 한국인과 외국인 성도들이 함께 길에서 만난 분들에게 포장한 계란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나누어 주는 계란을 받으며 부활절을 아시는 분들도 계신 반면 처음 들어보신 분들도 상당수 계셨다. 그럴수록 성들은 열심히 한 분이라도 더 나누어드리기 위해 더 최선을 다했다. 한 바퀴를 돌아 교회 뒷골목을 들어서며 바로 앞에 계신 분에게 다가 갔다. 자동차 안을 정리하고 계셔서 소심하게 불렀다. “저기요~” 그러자 허리를 펴며 돌아보는 분은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부활절 계란을 나누며 혹시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보았다. 의외로 깔끔하고 담백한 한국어 발음의 대답이 들려왔다. “스리랑카에서 왔어요.” 너무 반가운 마음에 명함을 주며 시간이 나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함께 식사도 하고 한국에서의 고독한 생활에 친구가 되어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 친구는 너무 좋아하며 자신을 “자민다”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자민다와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주 주일 아침예배에 자민다가 찾아왔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 자신의 아내와 함께 왔다. 아내 아젤라는 작은 키에 눈이 아주 큰 자매였다. 그들은 교회 지체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한국에서 살아온 시간들의 작은 부분까지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짧은 시간에 많이 친해지며 또 한명의 친구가 되었다.
아젤라는 교회에 처음 올 때 임신초기였다. 그때 기억으론 입덧이 심해서 음식을 도통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 조금 야위어 보이는 얼굴이 작은 체구에 더 작아 보였다. 그때부터 아내는 아젤라의 집에 자주 찾아가며 입덧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나 과일들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때론 입덧으로 힘들어하는 아젤라의 말벗이 되어주며 마음의 우울함이 생기지 않게 시간을 같이 보내기도 했다. 낯선 한국 땅에서 출근한 남편이 야근을 끝내고 야밤에 돌아오기까지 혼자 있어야 하는 아젤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음식 보다 친구일 것이다. 시간이 어느 덧 흘러 아젤라가 만삭이 되었다. 외로운 시간을 잘 견뎌준 아젤라가 고마웠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였다.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며 검진을 위해 방문한 산부인과에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작은 키, 작은 체구의 아젤라는 골반이 작아서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수술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젤라의 간수치가 일반인 보다 높아 수술이 어렵다고 했다. 방법은 대학병원 같은 규모가 큰 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하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다른 과목의 의사선생님이 대기를 하고 계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대략 수술비용을 알아보니 500만원이 넘어 갈 수 있다고 들었다. 그때부터 자민다 부부는 자신들의 고민을 우리에게 털어 놓으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수술의 경중도 중요하지만 우선 비용마련이 먼저였다. 방법이 없었다. 가진 것을 다 털어보아도 수술비용의 절반도 못 미쳤다. 가슴이 아프고 미안했다. 친구이자 교회공동체 목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너무 미안하고 속상했다. 자민다 아젤라 부부가 우리교회가 아닌 큰 교회에 다녔더라면 좀 더 많은 분들의 돕는 손길이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하니 더욱 미안했다. 방법이 없었기에 그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함께 늦은 밤까지 이야기했다. 그렇게 그날은 지나갔다
글쓴이 : 권주은 목사(구미국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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