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딜 가든지 그 나라에서 제일 맛있다는 음식을 만나게 된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은 불고기와 김치가 있으며 멕시코는 타코, 태국은 똠양꿍, 터키에는 케밥, 이탈리아는 수많은 종류의 파스타와 피자가 있다. 우리가 익히 많이 들어본 유명한 음식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보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 입맛에 어느 정도는 맞아 모두가 한 식탁에서 즐기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음식들이다. 나라별 대표하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우리에게 생긴다면 아마 큰 기대가 되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릴 것이다. 바로 그날 나도 그랬다. 우리 교회 중국 친구들이 주일 예배 후 자신들이 제일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고 하는 소식을 문자로 받고 주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교회에 갔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함께 예배도 드렸다. 그날따라 더 즐겁고 은혜가 되는 날이었기에 예배 후 식사를 기다리며 오늘의 만찬이 무엇일까 기다렸다. 몇몇 형제들이 정성껏 점심을 준비할 때 우린 식탁에 둘러앉아 화기애애한 웃음소리로 서로의 근황 소식도 나누고 농담도 던지며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대략 이십 분쯤이 흘렀을 때 기다리던 점심을 들고 식탁으로 걸어오는 형제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런데 접시에 담긴 음식이 무언가 이상했다. 우선 특유의 중국 향신료 냄새가 코를 자극했지만 이미 익숙한 향신료 냄새 따위는 나를 겁에 질리게 하지 않았다. 향신료를 풍기며 앉아 있는 내 머리 위에서 내려오는 접시를 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건 다름 아닌 눈을 반쯤 감은 오리 대가리였다. 한국의 돼지머리와 비슷하다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달랐다. 우선 오리 대가리 중간을 잘라 좌우대칭이 되도록 양쪽으로 벌려 두 개를 만들었다. 너무나 정교하게 양쪽으로 갈라놓은 것으로 보아 이미 작업한 오리 머리를 구매한 것 같았다. 이전에 중국에 있을 때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 충격적인 것은 오리 대가리 안 위 쪽에 위치한 뇌 부분이 하얀색을 띠고 있었고 그 부분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는데 하얀 국물이 뚝뚝 떨어졌다.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내 입으로 하얀색 뇌를 먹여주려고 하는 교회 형제의 젓가락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입을 굳게 다물고 손바닥으로 젓가락을 밀어내려고 몇 번이고 시도했다. 그러나 기필코 먹게 하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 중국 형제의 눈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어 큰소리로 외쳤다.
“야~ 너 다먹어. 나 안 먹을거야. 국물 식탁에 떨어지잖아~ 조심해~ 윽~~”
나 자신도 모르게 짜증 섞긴 말로 큰소리로 외쳐버렸다. 어떻게 보면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고 악의적인 것이 아니었다. 순간 몇 초의 정적이 흘렀고 다들 얼음이 되어버린 그 상황에 난 멋쩍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다들 큰소리로 웃으며 여기저기서 젓가락으로 오리 대가리에 있는 하얀색 뇌를 집어 나에게 가져왔다. 순간 분위기가 나빠지지 않은 것은 감사했지만 하나님이 오리를 만드신 것에 원망이 되었다. 하얀색 뇌를 집어들은 젓가락들이 고개를 돌리는 내 머리를 따라 다녔다. 다들 한바탕 웃고는 한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오리 대가리를 들고 뜯기 시작했다.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눈으로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여기저기서 발라 먹는 속도를 올렸고 깨끗하게 뼈만 남은 오리 대가리는 식탁 중앙에 쌓이기 시작했다. 사실 오리 대가리 크기에 비해 먹을 것은 많지가 않았다. 살도 없는 오리 대가리 껍질을 발라 먹는 것을 보니 정말 맛있게 먹는 것 같았다. 난 그저 우두커니 식탁 모서리에 힘없이 앉아 그 광경을 지켜봤다.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교회 성도인 중국 형제자매가 권하는 최고로 맛있는 음식인 오리 대가리였으나 난 먹을 수 없었다. 그래도 내가 먹는 것이 관계적으로 도움이 될까 싶어 도전 해보려고 했지만 손을 뻗어 집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포기하고 앉아 있는 나를 보며 다들 웃는 얼굴로 다른 음식이 준비 되어있으니 기대하라며 살포시 내 쪽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한명이 주방으로 향했고 양손에 시커먼 것들이 쌓여있는 두 개의 접시를 들고 걸어왔다. 그리고 내려놓으며 섬뜩한 미소와 함께 내 표정을 살피기 시작했다. “형, 이거 귀하고 정말 맛있는 음식이야..” 접시에는 후라이팬에서 기름으로 달달 볶은 매미들이 가득했고 난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그저 실없이 웃었다. 난 그날 아무 음식도 먹지 못했다.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날 오리 대가리와 매미를 닫은 접시는 깨끗하게 비어졌고 다들 만족한 표정들로 돌아갔다.
같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사랑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징그러워하는 음식을 먹는 다고 어울릴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징그러워하는 음식을 상대방이 먹는 다고 혐오하면 안 된다. 친구, 가족, 또는 동료나 교우 가운데 자신과 다른 점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다문화적인 공동체에는 엄청난 문화차이가 존재한다. 그때마다 내 기준에서 판단해 버린다면 공존은 실패한다. 어떠한 공동체이든 맞는 부분과 다른 부분, 틀린 부분이 존재한다. 그때마다 우린 모든 것을 맞추려고 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부분은 인정해주고 이해 안되는 부분은 노력하며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다양한 사람들은 각자의 색깔, 문화, 개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각자의 모습으로 서로 공존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교회도 더불어 공존하는 곳 중 하나가되길 바란다. 난 오늘도 함께 공존할 친구들을 초대하기위해 길을 나선다.
글쓴이 : 권주은 목사(구미국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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